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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버버리 1700명 해고, CEO는 '48억 돈방석 논란'

버버리 1700명 해고,
CEO는 '48억 돈방석 논란'


영국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전 세계적으로 1,7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도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수십억원의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17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동시에 CEO에게는 '명품급 보너스'를 안긴  이중적 행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버버리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인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1,7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용 절감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버버리는 지난 3월 29일 마감된 2025 회계연도 실적에서 300만 파운드(약 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는 기존 4,000만 파운드(약 746억 원)의 비용 절감 계획에 더해 이번 대규모 감원으로 6,000만 파운드(약 1,119억 원)를 추가로 절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버버리의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와 동시에 터져 나온 CEO의 고액 보수 논란은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조슈아 슐먼 현 버버리 CEO는 취임 9개월 만에 48억 원(약 255만 파운드)에 달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1년치 급여와 연금, 현금 혜택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앞으로 1년간 매달 2만 5천 파운드(약 4,600만 원)의 주거 수당까지 별도로 받을 예정이다.

더욱이 슐먼 CEO는 향후 성과에 따라 최대 560만 파운드(약 104억 원)의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으며, FTSE 100 지수 복귀 시에는 360만 파운드(약 67억 원)의 인센티브도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버버리를 떠난 전임 CEO 조나단 아케로이드에게도 약 150만 파운드(약 28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이 지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아케로이드 전 CEO는 2021년 취임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이다.

버버리의 이 같은 행보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임원들에게는 천문학적인 보수를 지급하는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영국의 고액임원 보수 감시기관인 하이페이센터의 앤드류 스피크는 "기업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임원에게 고액의 보수를 계속 지급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전략적 판단 실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명품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산업이다.

버버리가 추구하는 '명품'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이번 사태를 통해 그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직원들의 희생을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려 하면서도, 정작 최고 경영진은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린다는 비판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버버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슐먼 CEO 취임 후 한때 주가가 약 50% 상승했으나, 최근 대규모 해고와 CEO 보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과 소비자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버버리의 주가는 2024년 1월 1,378 GBX에서 2025년 6월 6일 기준 1,077 GBX로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대한 불신이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버버리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경영진의 보수 체계를 재정비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명품'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탐욕스러운 기업'이라는 오명은 버버리 브랜드에 영원히 따라붙을 것이다.


버버리가 경영난 속에서 직원들을 내보내고 CEO에게는 막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과연 시장과 소비자들이 버버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명품 브랜드의 가치는 화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버버리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